항상 생각에서 멈췄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지만 행동에 옮기지 못했다. 이런 글을 써야지, 저런 글을 써야지. 생각만 몽롱하게 나를 잠식했다. 허송세월했다. 생각은 흘렀고 나는 사유의 끄트머리조차 잡아채지 못했다. 문득, 나는 잡다한 내 의식의 흐름이 아깝다고 생각했다. 유익한 생각만은 아니지만 이마저도 내 '시간'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나이 스물일곱. 그제서야 나는 그동안 차곡차곡 쌓아오지 못한 내 시간에 아쉬움을 느꼈다.  

 

이제부터라도 나는 내 시간, 내 생각을 하나씩 쌓아나가려고 한다. 몹시 사소한 이야기가 대부분이겠지만 글쓰는 과정은 내가 내 생각을 정리하는 데 효과적일 거라 믿는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 글을 읽으며 당시를 추억하는 일은 상당히 재밌을 것이다. 

 

시작에 의미를 두지 말자. 시작이 반이라고 했던가. 나의 경우는 다르다. 시작이 곧 끝. 종료. 엔딩. 나는 항상 처음부터 원대한 목표를 세우고 일을 시작한다. 글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값진 블로그가 되기 위해서는 좀 더 멋진 글을 써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도리어 더 글을 쓰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차라리 한 조각 한 조각이라도 글을 꾸준히 모을 작정이다. 짧은 글도 좋다. 말도 안 되는 상념이어도 상관 없다. 그저 내가 이 블로그를 채울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고퀄리티의 문장을 뽐내기 위함이 아니라 그저 하루하루 나의 시간을 흘리지 않고 쌓으려는 게 목적이라서다. 이 작업이 짐이 되지 말자. 부담이 되지 말자. 그저 기쁨과 열정이 가득하길.

 

 

 

 

 

+) 쉬운 생각. 원태희.

어제 이런 저런 영화 목록들을 훑는데 낯선 영화 제목에 눈이 갔다. '백야'. 낭만적인 이름이었다. 글을 클릭하자 포스터와 프로필이 떴는데, 어라? 이게 누구? 낯익은 이름 두 개가 보였다. 처음은 이이경. 아, 학교2013? 들어봤어. 그런데 이런 영화도 찍었구나. 그런데 그 다음이.. 원태희? 음? ...? 헐..? 헐?!

포스터를 보니 내가 아는 원태희가 맞았다. 물론 나는 원태희를 잘 모른다. 내가 아는 원태희는 2008년 엠넷에서 방영한 '다섯남자와 아기천사'에서 해찬이라는 아기를 극진히 돌보던 착하고 여린 남자.. 정도가 다였다.

 

'다섯남자와 아기천사'는 당시 거의 유명하지 않던 연예인 다섯 명의 육아 프로그램이었다. 아기가 너무 이쁜 나머지 나는 그 프로그램을 다섯 번이나 정주행할 정도로 좋아했다. 그 덕분에 다섯 명의 연예인에게도 나름대로 정이 붙었다. 잘 되길 바랐다. 이후 시간이 지나고 기억은 희미해졌다. 고세원이나 최원준이 간간히 TV에 등장하자 나는 나름 기뻤다. 그러나 그 둘 말고는 모습을 잘 찾기 힘들었다. 원태희의 경우 간간히 cf에서 발견할 수 있었지만 이렇다할 활동을 보이는 거 같지 않았다. 일부러 근황을 찾아볼 만큼 관심있진 않았다. 그대로 세월과 시간 속으로 흐르는가 싶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알고보니 원태희는 영화배우로 열심히 활동 중이었다. 독립영화계의 하정우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모스크바 영화제 등에 초청을 받기도 하는 잘 나가는 배우였다. 순박한 눈망울이 인상적인 사람이었는데, 역시나 감독에게 눈빛이 좋다는 찬사를 받더라. 놀라웠다.

 

다른 사람들도 검색해봤다. 고세원은 드라마와 공연에서 활약 중이었고 최원준은 엠티플이라는 그룹을 결성, 배우와 가수를 병행 중이었다. '고칠게'. 4년 넘게 아직도 노래방 순위권에 있는 곡으로 나도 무척이나 좋아하는 노래다. 이 노래를 부른 진원 역시 드라마 단막극 등에서 모습을 보였고 지지난해 음원을 출시하기도 했다. 지은성의 경우는 아쉽게도 소식을 찾을 수 없었다. 나는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살아감을 새삼 느꼈다.

 

 

'얼렁뚱땅흥신소' 14회 에필로그 제목 '잊혀진 사람들'이 생각난다.

 

'그들을 억지로 기억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들은 각자 자기 삶의 주인공이라서 이 이야기에 참견하기에는 너무 바쁠 뿐입니다'

 

 

 

 

 

 

세상에 한 명의 주인공은 없다. 모두가 그 인생의 주인공이라는 글귀를 새삼 느끼게 한 어젯밤이었다.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글 두 개가 연이어 드라마 문구로 귀결되는 본능적인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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